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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음속의 깊음
공지사항
2009. 10. 30. 13:41
실존하는 불안과 싸우는 지성은 하나의 장비다. 삽 같아서, 명철할수록 더 깊이 팔 수 있다. 하지만 절망의 간극에서부터 성층권 꼭대기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감정을 보여주는 이들에겐 조울증세가 있다. 어쩌면 깊음은 대양 같은 침몰과 닮았다. 스스로를 증명하는 사람의 불안한 생명력은 그런 것이다. 결국 깊음도 얕은 곳, 혹은 조금만 낮은 곳에서 올라온 것일 테고, 똑같이 인생이라는 연속체의 양 부분이라 해도 그들처럼 될 순 없다.그런데 왜 더 깊이 있어야 하나? 더 많은 걸 느끼고, 더 무리해서 글을 쓰고, 더 많은 칭찬을 받기 위해? ‘ 깊음’이 인생의 괴로운 퍼즐을 해결할 수 있을까?‘ 깊음’은 종종 함축성을 파고들며 시간을 보낼텐데, 난 의자에 지긋하게 앉아 있지도 못 한다. 정신적 풀장의 바닥 어딘가에 답이 있다고 해도, 잠수하려 할 때마다 표면에서 튕겨져버린다